[문화일보] 테러 대응은 政治흥정의 대상 아니다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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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력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애슈턴 카터 신임 미 국방장관이 23일 IS가 장악 중인 이라크 모술 탈환작전을 논의하는 회의를 소집했는가 하면, 지난 19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미 국무부 주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고위급회의’가 열렸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IS의 직접적 표적으로부터 비켜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우리나라 역시 테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특히, 사이버 테러에 대한 위험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며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가 가장 잘 구축된 나라라는 사실은 세계가 알고 있다. 그러니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한국을 사이버 공격의 테스트 베이스(Test Base·시험 지역)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3000여 명의 사이버 전사가 포진된 북한도 상대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원자력발전소 핵심 자료들이 해킹·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만약 원전 시스템이 공격을 받는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미래 지향적 대응 시스템이 시급하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의 핵심 과제다.

그동안 사이버위기관리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사이버 안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안들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다. 사이버 안보 시스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국가정보원이 그 역할을 하는 데 대해서는 여야가 평행선을 그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사이버 테러 방지와 대응의 총괄을 국가정보원 원장이 아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맡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장이 맡고 국정원은 사이버 테러 발생 시에만 실무 지휘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역할이 실무 중심으로 축소된다면 야당도 크게 반대할 명분이 없으므로 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법이 제정된다면 법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 테러 대응은 정치(政治)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사이버 테러는 공격이 개시된 이후에는 아무리 대응을 잘해도 피해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사이버 공격 개시 전에 오프라인에서 공격 징후를 포착, 사전에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다. 따라서 관련 기관들 간의 정보 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사이버 테러는 그 특성상 외국과의 협력과 공조, 해외 정보의 수집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국정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국정원에 권한이 쏠리는 것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불안과 우려가 있다면 그러한 우려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관을 그 일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번만큼은 여야 모두 정치적 셈법을 버리고 오로지 사이버 테러 방지를 위한 최적의 대응 시스템이 무엇인지만을 생각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가장 실효적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제정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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