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가명정보 활용' 허용한 개인정보법 국회 통과 시급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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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로 대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무형의 원료다. 특히 데이터 처리와 관련하여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의 확보와 사용이 핵심 경쟁력이다. 다만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과 산업적으로 광범위한 데이터 활용으로 인해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세계 각국은 데이터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법제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2018년 5월 25일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7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2018년 저작권법 개정 등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법률적 측면의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용 및 분석 수준은 스위스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63개국 중 56위, 2018년 기준으로 31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뒤늦게라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2018년 11월 15일 자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치, 가명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전제로 한 과학적 연구 목적의 활용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또한 2019년 4월 17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규제자유특례법)이 시행되어, 7월 23일 자로 부산, 대구 등 7개 지자체에 자율주행차,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등 분야별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이뤄졌다. 특히 규제자유특례법은 규제자유특구 내 혁신사업과 관련하여 자율주행자동차 또는 사물인터넷 기반 기술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와 개인위치정보를 비식별 조치하는 경우 위치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제115조·제118조). 

다만 규제자유특례법만으로는 이러한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혁신기술과 관련한 정보 처리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 규제자유특례법이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비식별 조치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법원에서도 아직 명확한 기준을 판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7월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개최한 `규제자유특구 쟁점규제, 개인정보 보호 이슈 관련 전문가 포럼`에서 손주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자동차를 통해 자동 수집한 영상정보, 예컨대 시속 60㎞로 주행하며 333일 동안 10만㎞ 길이의 영상 데이터를 비식별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8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혁신사업과 관련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정보의 처리를 통해 신기술의 실증, 개발 등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목적의 과학적 연구를 위한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한 데이터 3법의 신속한 국회 심의, 의결이 필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 법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 법제뿐 아니라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역시 여전히 사전 동의 및 형사 처벌 위주의 형식적인 규제가 중심이 되고 있어 개인정보 주체의 실질적인 자기결정권 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매일경제 2019.07.29.

출처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7/575449/